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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 시인 / K에게
너는 노래하지 첨탑 위에서 치렁치렁한 물음표를 늘어뜨리며 바깥으로 난 푸르고 작은 단풍나무 숲 산책로를 상상하면서
목은 더 길어지지 너를 계단 아래로 데려다줄 하얀 말의 말발굽소리를 기다리며 들끓는 사막과 선인장을 찾으러 전서구(傳書鳩)에 암호문을 매달아 날리며
그림자가 잣는 씨줄과 날줄을 사랑해. 백조가 떨어뜨린 깃털을 모으지 머리카락이 낳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란 듯 공들여 나를 완성하려고
그러나 나는 불타는 중이지 네가 버린 도시의 망루 위에서 심판대를 내리치는 망치에 으깨져 헐떡이는 열 개의 심장과 함께 그을려 뒹구는 두개골의 옆, 감길 줄 모르는 열 두 개의 눈과 핏자국 자욱한 펜대 위를 내달리는 여섯 개의 손가락과 함께 생매장당한 채 썩어가는 시간과 언어의 내장을 쪼아대는 굶주린 새떼들의 부리와 함께
너는 오늘도 나를 찾아 헤맨다. 네가 세운 마천루의 캄캄한 눈동자 위로 꿈꾸듯 흔들리는 오렌지 빛 손전등을 들고
나는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 너의 도시 속에, 뿌리에 얽매여 잘린 네 손의 식어버린 혈관 속에, 화롯가 잿더미 속 몰래 두근거리는 심장 속에.
너는 피곤한 혀를 늘어뜨리고 나선형으로 꿈틀거리는 첨탑을 오르지 산책길에 주워온 두 손을 수건처럼 얌전히 걸어 두고
그림자정원의 좁다란 길을 따라 구리거울 속으로 네 혈족의 모세혈관 속 갇혀 울부짖는 얼굴 없이 늙어버린 소녀를 따라 긴 치마를 끌며
계간 『작가와 사회』 2009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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