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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은 시인 / 연재소설이 사라졌다
일간신문 연재소설에서 나는 성(性)을 배웠다. 그들은 은밀했고 화려했고 늘 위험했다 절벽에서 낙하하는 꽃잎처럼
뜨거운 활자 속에서 내 지식은 나날이 발전했고 아마 거기 어디쯤에서 내 성장점은 멈추었을 것이다 성을 알고 나면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는다고 했으니
또래들 중에서 작은 편이었던 내 키는 신문을 구독하는 집이 동네에서 우리 집 한 집뿐이었던 탓이다.
그 후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했고 검소하고, 담백하게, 아찔하게 절벽에서 떨어지는 일 없이도 아이를 둘씩이나 낳았다.
화려하고 은밀했던 소설 속 주인공들도 이제 많이 저물었을 것이다. 그들의 놀이터였고 전쟁터였던 빽빽한 활자 바깥에서 나도 함께 저물었다.
한 번도 그라운드를 누벼보지 못한 후보 선수처럼, 영원한 그들의 열혈 팬처럼 나의 성은 아직도 그들 곁에 머물러 있는데
언제부턴가 신문에서 연재소설이 사라졌다.
나의 오랜 관람도 끝났다 선수들이 빠져나가고 조명이 꺼진 계절에서 식은 바람이 스멀스멀 새어 나온다.
월간 『시인동네』 2018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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