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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경순 시인 / 폭포 속에 사는 새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9.

황경순 시인 / 폭포 속에 사는 새

 

 

검정칼새 떼는 1억 2천만년 전부터 여의도의 630 배 초당 6만 톤의 물을 쏟아 붓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이과수 폭포 속 가파른 절벽을 점거했다.

 

이과수 폭포에 아침이 오면 날쌘 검정칼새 떼 수천만 마리가 한꺼번에 세찬 폭포 물살 속에서 솟구쳐 오른다 18 센티미터 작은 몸으로 어느 새보다 빨리 시속 170 킬로미터로 순식간에 날아 폭포 속 무지개의 일부가 된다 이 날개 저 날개 날개마다 무지개를 달고 힘차게 날아오른다

 

석양이 폭포와 씨름하며 가장 요란한 소리로 울 때, 검정칼새 떼는 다시 폭포를 향해 순식간에 달려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 물살은 가장 완강하다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고 호시탐탐 검정칼새들을 노린다 하강하던 속도로 폭포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전자장치 작동 , 저속 기어 감속 , J J J J J …… 수만 개의 포물선을 그리며 가장 물살이 얕은 곳을 찾아 사뿐히 물살 속으로 날아올라 작은 우주선 수천만 대가 절벽에 안착한다 1억 2천만 년 전부터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또 새로운 길을 찾아 진화하는 검정칼새 떼 , 틈 , 틈 , 틈 , 틈은 어디에나 있는데 … 지쳤다고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엄살 떠는 나를 비웃으며

 

낮에는 우르르 쾅 ! 우르르 쾅 ! 쏴아아 포악한 물살로 위협하는 요란한 폭포소리 들으며 몇몇은 제물이 되어 폭포 속 거대한 물웅덩이 악마의 목구멍 *에 곤두박질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밤에는 자장가를 불러주는 두 얼굴의 이과수 폭포 속 오늘도 검정칼새 떼는 검은 절벽에 검게 매달려 검은 새끼를 낳아 경사 90 도를 넘어 120 도, 150 도 절벽에 매달고 검은 잠 속에 무지개 꿈을 꾸고 있다

 

이과수 폭포 위엔 보름달 뜨고

새하얗게 부서지는 물살 속에 고요한 달무지개 뜬다 .

 

*악마의 목구멍 : 이과수 폭포 중 가장 거대하여 깊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물웅덩이를 가진 유니온 폭포

 

 


 

 

계간 『문학과창작』 2013년 여름호 발표

 

황경순 시인 / 가을에, 불륜을

 

 

  그녀를 만나면

  큰일을 저지르고 만다

  만지면 터질 듯한

  말랑말랑한 젖가슴을 살살 만지다 보면

  딱딱한 꼭지가 반항을 한다

  그러나 어느새

  젖어드는 혓바닥,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쩝쩝 입맛을 다시다

  말캉말캉한 그것을 입으로 쓱 핥고

  혓바닥을 굴리며

  인사이드 키스를 할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고

  그녀에게 푹 빠져서 심장이 터질 듯

  그예

  그녀를 송두리째 범하고 만다

  날름거리는 혓바닥에 붉은 혈흔을 남긴 채,

  남몰래 울고 있는 감꼭지,

  입가에는 그녀의 순결이 묻어나고

  가을은 더욱 깊어간다

 

계간 《미네르바》 2006년 신인상 등단시

 

 


 

황경순 시인

경북 예천에서 출생. 백석대학교 교육대학원 문예창작교육 전공. 2006년《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문학아카데미, 2010)와 『거대한 탁본』(문학아카데미, 2016)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