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아영 시인 / 혀
뜨락 뒤켠, 뽑으려도 뽑히지 않는 시름시름 앓든 단감나무 그루터기 불현듯 움트는 연두색 새싹처럼
신맛,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 오미(五味)의 맛과 멋이란 죄다 내려놓고 세 치(寸)밖에 되지 않는 뭉클한 해삼처럼
북두칠성 동북쪽 자미성(紫微星)이 된 장가 못 들고 죽은 외아들이 가시 없는 카네이션 한 송이로 돌아왔을까
허구한 날 밤낮없이 허공을 떠돌다 그녀 가슴 한가운데 꽂힌 오월, 붉은 장미꽃 화살이여
시집 『꽃요일의 죽비』(지혜, 2017) 중에서
이아영 시인 / 노란 꿈의 봄
율곡로 꽃샘 길 담벼락에
샛노란 비단을 풀어놓는다
겨우내 설한풍 견뎌낸 봄의 전령사
황사바람 등 위로 햇살이 잔걸음친다
여섯 꽃잎 살가운 두례밥상 위에
희망이란 꽃말처럼 길이 환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너에게 묻고 싶다
천둥번개 폭우에 옴몸 다 맡기고
얼마나 뒹굴어야 저리 둥글고 부드러워질까
나는 너를 백지처럼 사랑하고 싶다
시집 『꽃요일의 죽비』(지혜, 2017) 중에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성인 시인 / me-too* 외 4편 (0) | 2019.05.30 |
|---|---|
| 황경순 시인 / 폭포 속에 사는 새 외 1편 (0) | 2019.05.29 |
| 주석희 시인 / 전위적인 식사 외 1편 (0) | 2019.05.29 |
| 김길나 시인 / 빠지지 않는 반지 외 3편 (0) | 2019.05.29 |
| 장선희 시인 / 투무르잠* 외 2편 (0) | 2019.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