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이아영 시인 / 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9.

이아영 시인 / 혀

 

 

  뜨락 뒤켠, 뽑으려도 뽑히지 않는

  시름시름 앓든 단감나무 그루터기

  불현듯 움트는 연두색 새싹처럼

 

  신맛,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

  오미(五味)의 맛과 멋이란 죄다 내려놓고

  세 치(寸)밖에 되지 않는

  뭉클한 해삼처럼

 

  북두칠성 동북쪽 자미성(紫微星)이 된

  장가 못 들고 죽은 외아들이

  가시 없는 카네이션 한 송이로 돌아왔을까

 

  허구한 날 밤낮없이 허공을 떠돌다

  그녀 가슴 한가운데 꽂힌

  오월, 붉은 장미꽃 화살이여

 

시집 『꽃요일의 죽비』(지혜, 2017) 중에서

 

 


 

 

이아영 시인 / 노란 꿈의 봄

 

 

  율곡로 꽃샘 길 담벼락에

 

  샛노란 비단을 풀어놓는다

 

  겨우내 설한풍 견뎌낸 봄의 전령사

 

  황사바람 등 위로 햇살이 잔걸음친다

 

  여섯 꽃잎 살가운 두례밥상 위에

 

  희망이란 꽃말처럼 길이 환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너에게 묻고 싶다

 

  천둥번개 폭우에 옴몸 다 맡기고

 

  얼마나 뒹굴어야 저리 둥글고 부드러워질까

 

  나는 너를 백지처럼 사랑하고 싶다

 

시집 『꽃요일의 죽비』(지혜, 2017) 중에서

 

 


 

이아영(李雅英) 시인

경상북도 상주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및 일붕삼장불교대학원 수료. 2001년 계간《자유문학》 신인상에 〈오색그물〉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는 『돌확 속의 지구본』(도서출판 고요아침, 2010),『꽃요일의 죽비』(지혜, 2017)가 있음, 순수문학상과 열린시학상 수상. 자유문학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전통문화위원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열린시학회 이사, 불교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