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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임 시인 / 송이 같은 시를 쓸 수 있을까
나의 고양이 송이는 높은 곳에 오르기를 즐기지만 새들을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송이의 감수성은 낭비 없는 미니멀리즘 흙탕물처럼 흘러넘치거나 갈라진 땅바닥처럼 메말라 있지도 않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도 집요한 탐구심을 포기하지 않고 송이는 응시하거나 기다릴 뿐 호기심 때문에 산만하게 방황하진 않는다.
대부분의 시간을 졸거나 침묵하며 천천히 조용히 움직이며 보내지만 마음만 먹으면 송이는 번개와 우뢰처럼 순식간에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다.
가끔 멍청하고 게을러 보이기도 하지만 우주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송이는 매사에 초연해서 자주 울거나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송이는 요가의 달인처럼 유연한 자세로 제 몸 닦는 것을 좋아하고 쉽게 상처받거나 외로움을 타지도 않는다.
주인인 나한테도 당당하게 주도권을 갖고 싶어하고 하고 싶은 만큼만 애정표현을 한다.
송이 같은 시를 쓸 수 있을까.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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