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배 시인 / 사물의 방
여행 가방은 보이지 않고, 소리 나지 않고, 방향이 없고, 하지만 떠날 수 있다. 낡았고, 물에 젖어 있고, 무겁고, 하지만 날 수 있다.
그가 떠나고 나서야 그녀는 물의자에 앉았다. 물의자에 앉아 방으로부터 달리는 그의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기울어졌다 물의자도 기울어졌다. 하지만 부드러웠다.
물안경은 반짝이고, 가볍고, 공중으로 떠오른다. 눈물방울들을 밀며 공중을 돌아다닌다. 혼자라는 식물이 머리 위에서 자랄 때 그곳에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침대와 개, 침대와 고양이 침대는 개처럼 소란스럽기도 하고, 고양이처럼 고요하기도 하다.
탁자는 눈에 보이지 않고, 딱딱하고, 하지만 계속 악기 소리가 났다.
찻잔은 닿을 수 없고, 기울일 수 없고, 하지만 향기롭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권주열 시인 / 소나기 景 (0) | 2019.06.05 |
|---|---|
| 신정민 시인 / 정전 (0) | 2019.06.05 |
| 김지요 시인 / 비행(非行), 혹은 飛行 외 1편 (0) | 2019.06.04 |
| 권성훈 시인 / 지퍼의 뼈 외 1편 (0) | 2019.06.04 |
| 김진돈 시인 / 시간의 그물 외 1편 (0) | 2019.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