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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열 시인 / 소나기 景
온다/ 말이, 얼룩말이 튄다. 투명한 말이 달린다. 콧김을 풍풍 뿜으며 같은 말로 다른 음성으로 한 번도 온 적 없는 평원의 기분 같은, 달릴수록 치명적인, 한꺼번에 다 말하고 제 말에 젖는, 미리 와서 우산을 쓰고 있는 말과 붉은 흙에 깊이 스며든 말과 오면서 다가옴을 다 말해버린 말이 먼저 잠든 말 위로 아무것도 오지 않고 온다, 온다의 높이로 온다의 깊이로 컴컴하고 환한 말에 없는 말들, 온다보다 더 빨리 말발굽 같은 말을 긁으며 온다. 누구말도 아닌, 백년 전과 천 년 전이 똑 같이, 한 번도 반복되지 않고 반복되는 말이, 오지 않는 말과 오는 말이 겹쳐지는 구역에서 누구말도 듣지 않고, 오지 않는 쪽으로 무한히 와서 사막처럼 듣지 않고 듣고, 덮개 없이 덮인, 죽음이 사라지는 죽음으로/온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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