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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시인 / 웃방 문간의 그 사람
정지용의 시를 오래 읽었네 시집엔 영혼이 살아 뭉클하지
“옛이야기 구절” 3연에는 타관을 떠돌다 온 젊은 남자가 시의 행간에서 밤 이슥하도록 식구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네 문간에서 아내는 서서 듣고
나가서도 고달프고 돌아와서도 고달픈 사내* 큰 독 안에 실린 슬픈 물같이 속살대는 시골 밤**
사슴 가죽 쓴 듯 흰 얼굴로 웃방 문간에서 이녁의 이야기를 엿듣는 그 사람
소리 없는 웃음으로 번져가는 그 사람의 밤이 손끝에 아프게 와 닿네 아픈 손가락으로 시집의 글자를 짚어보네 문장과 문장이 부딪혀 피가 돌고 느리게 느리게 안부가 퍼져나가네 타관을 떠도는 눈동자가 되네
지용도 정작 그 사람에게 건네는 이야기였으리라 목소리만으로 문풍지처럼 떨리는 그런 밤이었을 것이라
*정지용의 시 「옛이야기 구절」에서 인용. **정지용의 시 「옛이야기 구절」에서 인용.
계간 『시와 사람』 2018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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