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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영 시인 / 숫자들
어떤 수로도, 나뉘지 않는,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가버린 당신도 한때 몇 개의 수로로 열린 적이 있지.
그때 나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고, 어떤 만(灣)으로 움푹 들어가서 당신의 수로가 되고 싶었는데 함께 가는 순례에서 뜨거운 눈길 하나 빠져, 고집불통이 되어버린 지금
자주 막히는 수로의 검은 이끼는, 눈이 맑지 못하지
한 번은 이별을 숫자로 생각하다가, 다리를 절룩거리고 한 번은 별빛을 소수로 생각하다가, 우산을 접었는데
소매물도 등대길은 열리는 것보다 갇힌 적이 많아 그 수로를 건너는 다리들은 물때를 알아야 하지.
하나를 더하거나 빼면 당신과 나는 71, 72같이 전혀 다른 수가 되지.
서로 힘 빼고 서 있는 저 우연들.
계간 『문학선』 2018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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