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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요 시인 / 비행(非行), 혹은 飛行
담 위에 선 닭을 보면 담 너머가 궁금하다
언제부터 날기 시작 했을까 담장을 딛고 날아올라 곧 들키고야 말 비행의 흥분을 궁구했을 터
굼뜬 내 걸음걸이 어디에도 비행의 흔적은 없다 스스로를 사육하게 된 이후 날개를 잊었다 非行을 즐길 때 飛行은 가능한 것일까 학교를 무단결석, 회사를 무단결근 할 때 내겐 숨겨진 날개가 있었다
저항은 바람을 뚫는 부력을 갖게 한다 공중 아니면 바닥 외줄 위의 어름산이처럼 부채를 흔들던 아니 날개를 퍼덕이던 사람들 명화, 기숙이 그리고 아버지 그들이 ‘날았다’고 믿는다 넘어야 할 담이 있는 자에게는 비행이 필요하다 있는 힘을 다해 ‘너머’를 읽으려는 결의 순간적 황홀에만 몰입했다간 벼랑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살아야 한다
마루에 앉아 웃자라는 발톱을 깍던 오후 담장 아래 날리는 갈기털을 보던 나는 겨드랑이가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새가 아니란 걸 모르고 날아다니는 수탉 한 마리 부르르 날개를 떨 때 불현듯 내 안의 퇴화된 날개가 홰를 친다 날자 날자 날아보자꾸나 새처럼
붉은 울음이 낭자하다
시집 『붉은 꽈리의 방』(지혜사랑, 2016) 중에서
김지요 시인 / 물메기를 읽다
내 몸의 물기가 마르는 날이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누수의 출처를 찾지 못했다 물주머니처럼 흐느적거리며 물의 나라에서 나고 자란 태생을 탓할 뿐이었다 어느 날 내장이 비워진 채 베란다 난간에 내어 말려졌다 잠이 없는 밤 혼자였다 그리고 혼자였다 점자를 읽듯 밤들을 건넜다 날것으로 요동치는 바람을 이기지 못해 한동안 허공에 마음을 두었다 가시 하나 없는 섬모를 가진 보자기가 나를 받아 안을 것만 같았다 추락의 탕성彈性이 오히려 나를 붙들었다 아가미에 꿰어진 끈 놓지 않으려 한 방울의 눈물도 버렸다 뼈대만 남은 말라비틀어진 한 마디의 말[言]이 되고 있었다 칠흑 같은 밤들을 간단없이 건너온 순례기를 몸으로 쓰는 중이다
허공에 뜬 탁본은 아가미 속으로 울음을 삼켜 본 자만이 읽을 수 있다
시집 『붉은 꽈리의 방』(지혜사랑, 20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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