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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시인 / 리본장어1 ㅡ정말 뭘 모르고
어떻게 수국 정원이 흰 빛에서 푸른빛으로 몸을 바꾸는지 모른다. 어느 날은 사선으로 흐르는 비를 맞았고 어느 날은 검은 말 타고 검을 휘두르듯 쏟아지는 빛을 맞았다.
수국이 비에 엉겼다 풀어지면 익사한 꽃잎이 떠올랐고, 그때마다 꽃잎에 달라붙어 기도하는 것들이 있었다. 빛에 정원이 검게 그을릴 때는 창가에 서 있는 이의 얼굴이 무릎에 닿아있고, 조용조용 중얼거림이 있었다.
모두가 무엇을 원했으나 그것은 단지 사적인 기도.
무릎 꿇고 마음 꿇고 돌보는 이도 없이 보름간 비가 내렸다.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음조로 내렸다. 수국이 바퀴가 되지 못하고 흰 빛이 흥건히 차오르기만 했다.
비의 밖에서 지켜보던 얼굴이 무릎을 가슴으로 안았을 때 꽃가루가 물 위를 떠돌았다.
안고 안기는 일은 검은 마음 위로 부감되는 빛
얼굴과 살결 옆과 곁 서로의 구석으로 열리는 빛의 숨
내리는 비가 내리지 않는 비에 잔혹하고 내려놓을 수 없는 마음이 내려놓고 싶은 마음에 잔혹해지는 순간이 전속력으로 몸이 몸을 바꾸는 시간인가.
수국의 지느러미가 벗겨진 지느러미에 안기고 수국의 빛이 뒤엉켜 바람에 안기고 무릎이 무릎의 넋으로 뒤척이자.
어둠을 보호하는 빛처럼 파랗고 붉은 빛으로 다가온 수국
이 빛들은 누구에게 이르는 길인가,
일곱 번씩 일흔 번을 살아도 이해는 구할 수 없는 구해
왜 또 바람이 희고 푸르고 붉은 꽃잎을 흔들게 내버려두는지 비에 맞는 수국 비에 젖는 수국
아무 것도 알 수 없을 때 부리는 몸짓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몸짓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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