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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성춘 시인 / 신라 이야기.1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6.

김성춘 시인 / 신라 이야기.1

ㅡ아름다운 野合의 나무, 强首

 

 

신라의 들판에 두 그루 나무가 서 있었다

한 나무는 가난하고 미천 하지만 아름다운 옆 나무를

끌어안고

다른 한 나무는

자신을 끝까지 지켜 준 그 나무를 사랑하며

먼 허공까지 몸을 뻗치고 있었다.

 

强首强首여*

그대가 사랑했던 다른 한 나무 가지 위에

소슬한 허공 한 채

둥지를 틀었구나.

하염없이 하염없이 사랑을 틀었구나.

오늘의 들판에

두 그루 연모의 나무

눈부시게 황홀하구나.

 

* 강수(强首)는 신라의 문장가다 그는 유학을 공부해서 관직에 나갔고 강수의 부모는 용모와 행실이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그를 장가보내려 했지만 강수에게는 오래전 야합(野合)으로 사귄 하층민의 아릿따운 여인이 있었다. 강수는 가난하고 미천한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도를 실천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며 끝까지 야합으로 정을 준 미천한 옛 애인을 사랑한다. 아름다운 사랑이여. 신라시대 야합은 신라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사랑과 지조의 상징이다.

 


 

김성춘 시인

1942년 부산에서 출생. 1974년 《심상》신인상에 〈바하를 들으며〉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방어진시편』外 다수 있음. 한국문협울산지부장과 경남문협부지회장 역임. 현재 한국시인협회 기획위원, 국제펜클럽울산펜회장. 신간각동인, 동해남부선동인, 시와언어동인, 울산수요시포럼동인. 울산대 시창작학과 주임교수. 경상남도문화상수상, 제1회울산문학상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