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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 시인 / 불완전성의 정리
나는 이발사를 사랑하지. 이발사는 얼마나 수학적인 사람인지 비율에 관한한 몸서리칠 만큼 직관적이라서 삶을 죽음의 쪽으로 빗어 넘길 때 이발사는 복숭아나무를 눕히는 중입니다.
복숭아나무가 누워서 어깨가 생기지. 나는 기울기와 완전한 해변의 비율을 말하고 있지. 어깨에 견착하기 좋은 기울기로 해변은 당신이 눕혀 놓은 개머리판인 것이다.
이것이 완전성의 정리인데 정리가 되지 않아서 복숭아나무는 어지럽고, 당신과 나는 머리가 어지럽고, 어지러워서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복숭아나무를 어깨에 밀착한 사람을 나는 사랑해. 가슴에 밀착한 개머리판은 얼마나 사적인가.
개보다 사적인가.
사랑이 그렇습니다. 개머리판을 가슴에 밀착하는 것입니다. 엎드려서 앉아서 개머리판을 밀착하고 떼지 마, 분리하지 마, 말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안은 개의 머리와 내가 안은 개의 머리가 백도와 황도의 비율로 섞여서 일몰이 옵니다.
당신이 해변에 앉아 일몰을 보거나 일몰을 보며 나를 기다리는 중이라면 면도날이 한 번 당신을 지나간 것입니다. 이발사가 면도한 쪽으로 해변이어서 해변은 더 날카롭고, 더 날카로운데, 더 밀착됩니다, 여름휴가를.
이렇게 정리하네요
그래서 이발사를 사랑해. 이발사는 얼마나 공적인 사람인지 오늘 저녁엔 내가 이발사를 찾고, 내일 저녁엔 당신이 이발사를 찾아 밤은 정리가 되겠지만 죽음은 사람에게서 개머리판을 분리하는 것이다. 가슴에서 개머리판을 개머리판에서 해변을 분리하면 사람은 완전히 정리됩니다.
이번 여름은 정말 덥다. 그 어떤 이슈도 폭염이라는 뉴스를 이길 수 없었다. 나는 해변에 가지 못했다. 해변은 늘 멀다. 해변에 가지 못했으면서 해변을 끼고 살았다. 해안선을 생각했고 해안선에 서 있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해변에 관한 소설을 썼고 해변에 관한 시를 썼다. 해변에 가는 사람은 두 종류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리워하는 사람과 잊으려는 사람. 당기는 사람과 밀어내는 사람. 둘은 하나다. 무언가 몸에 붙어 있다. 모든 해변처럼.
<모든: 시> 여름호에 ‘밤에 해변에’라는 제목으로 ‘시소설’을 하나 썼다. 시 같은 소설이고 소설 같은 시라고 할 수 있다. 해변에 간 세 사람 이야기이다.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야기가 없으니까. 밤과 해변과 세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시간과 공간과 등장인물이 있으니까. 시간과 공간과 인물이 있는데 시간과 공간과 인물이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고 30매의 짧은 분량이었다. 그것을 다시 ‘버스정류장’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로 고쳤다. 해변이 있고 복숭아나무가 있는. 그리고 역시, 다루는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해변이 있고 복숭아나무가 있는 시 ‘불완전성의 정리’를 썼다. 불완전성의 정리는 괴델이 말한 수학의 논리학이다. 모순에 관한 것이다. 해변이 그렇지 않은가. 해변은 모순이다. 모순의 해변(解辯)이다. 당기는 사람과 밀어내는 사람. 밀물과 썰물. 해변은 증명하려고 있지 않다, 라는 말과 해변은 증명하려고 있다, 는 말 중에서 무엇이 더 완전한 말일까. 무엇이 모순일까. 모순은 반드시 한계일까. 우리는 많은 경우 모순을 믿으며 산다. 모순 속에서 살 뿐만 아니라 모순의 힘을 믿는다. 모순의 신비. 완전성을 증명하려 할 때 생기는 모순. 사랑이 그렇다. 시가 그렇다. 해변이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해변은 둥글고 가슴에 견착하기 좋은 기울기를 갖고 있다. 개머리판처럼. 해변을 가슴에 밀착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여름이었다. 해변과 모순과 복숭아에 대해서 생각하는. 복숭아는 왜였을까. 모르겠다. 복숭아는 해변에서 가깝지 않다. 지중해연안에서 복숭아를 많이 생산했다는 정보도 있고 해풍을 맞은 복숭아가 맛있다는 말도 들은 적 있지만 왜 그런지 복숭아는 산비탈을 떠올리게 한다. 산비탈에 날리는 복사꽃 때문일까. 아름다움이 사실을 감추나. 사람은 사실보다 아름다움을 기억하려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해변처럼. 복숭아는 둥글고 기울기를 갖고 있고. 백도와 황도로 분류된다. 둘은 하나다. 일몰. 그것은 당김일까 밀어냄일까. 그리움의 증명일까 잊음의 증명일까. 사람들은 일몰을 보려고 해변 서 있다. 나도 그런 적 있지만 아무 것도 증명할 수 없었다. 복숭아처럼 일몰이 떨어지는 순간을 보며 그저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이 사라진 여기에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모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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