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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기호 시인 / 폭포 앞에 서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6.

이기호 시인 / 폭포 앞에 서다

 

 

    떨어져야 비로소 폭포는 이름이 된다.

    머리 풀어헤치고 뛰어내리는 속도다.

    죽어야 사는 줄기찬 생명력이다.

     

    어금니 꽉 물고서

    절벽이 밀어주는 뒷심으로

    눈 질끈 감고 가없이 내리막길을 흐른다.

    바다를 향한 여정에 들어간다.

     

    가슴 열고 폭포를 받아

    떨어지는 물숨을 받는 저 밑바닥 마음이여.

     

    누군가는 마음을 씻고

    누군가는 숭배를 시작하는

    까무러친 저 기찬 흰빛의 통과제의

     

    눈물 한 필疋로 내걸린 물들의 눈물이랑 눈물의 이여.

    저것은 어쩌면 죽지 않고 소멸하는 구름의 家系.

    구름의 한 종족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저것은 불인지도 모른다.

    가슴 속 사상을 하얀 물로 피워낸

    폭포

    급전직하

    된목의 포효咆哮에 사람들 가슴 뚫리고

    수천수만의 새들 물보라 속을 거슬러 난다.

     

    침묵 벗은 적나라한 원시

    허공에 걸린 무지개 따라 천상으로 오르는 체험

    폭포 앞에 서다.

 

웹진 『시인광장』 2017년 11월호 발표

 


 

이기호 시인

충남 광천에서 출생. 숙명여대 국문과 졸업. 문화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1995년《에세이문학》등단. 2010년 지용신인문학상 시 당선. 제2회 천강문학상 우수상(시)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