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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문자 시인 / 오렌지에게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0.

최문자 시인 / 오렌지에게

 

 

사랑할 때는 서로 오렌지이고 싶지.

먼 곳에서 익고 있는

어금니가 새파란

 

이미 사랑이 끝난 자들은

저것이 사랑인가 묻는다.

슬픈 모양으로 생긴 위험하게 생긴 느린 비가 부족해서 파랗게 죽을지도 모르는 저것.

사랑하기에 좋도록 둥근, 바람에 대해 쓰러지기 좋은 죽기에도 좋은 저것.

 

우리는 쓰러지기도 전에 겁이 나서

 

오렌지는 너무나 굳게 오렌지를 쥐고

나는 어디에도 없는 나를 쥐고

 

짐승처럼 나빠지고 싶은 오 두려운 여름, 거짓으로 빚어지는 둥그런 항아리 같은 저것.

저것의 안을 깨뜨리며

죽었던 여름이 우리를 지나갔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최문자 시인

1947년 서울에서 출생.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 현대문학 박사. 저서로는 시집으로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등과 그밖의 저서로는 『시창작 이론과 실제』『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사상의 상징적 해석』등 다수가 있음. 협성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및 제6대 협성대학교 총장 역임. 2008년 제3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2009년 제1회 한송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