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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 시인 / 시가 존이라는 생각이 들 때
여자의 안내를 받아 존의 방에 들어왔습니다. 빈 방입니다. 방금 존은 나갔고 빈 방에 앉아 등을 기대고 존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존의 방안은 넓고 책들 빼곡한 작은 책꽂이가 옆에 멀리 눈앞에는 장롱이 있고 그 옆에 난 허공 나는 복도로 나있는 문이라고 생각하며 존을 기다립니다.
존의 방이 아닌 오래된 나의 방을 둘러봅니다. 망으로 된 창문을 발견합니다. 방에 비하면 꽤나 넓은 창문인데 철망의 일부가 주먹만큼 구멍이 나있습니다. 방은 친근하고 창의 망은 좀 헐렁하지만 기억은 산뜻한 둘러보니 방안에는 여름 풀벌레 두어 마리가 이미 날고 창문 망 위쪽 엉겨붙어있는 거미줄에는 모기와 벌레들이 죽어있습니다. 손가락으로 톡톡 망을 건드려서 거미줄을 없애고 아직 창문에 난 구멍에 대해 나는 고민하고 있다. 창문 옆의 벽과 문의 공간에 넣을 두께의 긴 널빤지를 어디서 구할지 생각합니다. 망으로 된 창문은 사각이지만 넓어보입니다. 바깥의 나무와 하늘이 보이고 망에 난 구멍으로 시원한 여름 공기와 흙의 냄새 바깥세상이 더 또렷하게 내다보여서 좋습니다.
이제 낭송을 위한 시간인가 봅니다. 존의 방에 사람들이 오고가고 나는 나의 입안을 청결하게 할 시간입니다.
오래 기다렸던 입안에서 냄새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방안에 창문 크기만 한 핑크색 가루를 반듯하게 뿌려놓았고 나의 입안 청소를 위해 밖인지는 모르겠지만 낭송을 위해 수돗가로 향합니다.
나는 이 방안에서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시가 존이라는 생각이 들 때 지금도 나타나지 않은 존을 기다립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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