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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영 시인 / 장미여관 김씨는 모른다
벌건 대낮에 장미여관 앞 큰 길에서 개 두마리가 흘레 붙었다 이런 쌍넘의 개새끼들, 여관집 김씨가 뜨거운 물을 붓는다 두어차례 물세례를 더 받고서야 붉은 몸이 붉은 몸을 빠져나온다
투숙객의 자동차 번호판에 덮개를 씌우고 있는 장미여관 김씨는 모른다 대낮의 투명함을 견디는 것은 오직 저 개들 뿐이란 것을
여관을 빠져나오는데 백미러 속에서 개가 짖는다 김씨가 다시 물을 붓고 있다 두 몸이, 붉어져 하나가 된 몸이, 컹컹 운다
박제영 시인 / 어머니의 만성중이염
피고름 파낸 저 귀,
거죽 뿐인, 뼈란 뼈 전부 녹고 삭은,
안팎의 모진 욕이란 욕 수 십 년 묵혀 마침내 다 품은,
터엉텅 빈 북이다. 네 시간의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막 깨어났는데, "바쁠텐데 왜 왔니" 하신다. 자식 셋 데리고 모질고 독한 사막의 건기를그보다 모질게 그보다 독하게 건너온 저 늙은 북이 내 어미다.
박제영 시인 / 일요일 오후 세 시
죽어라죽어라 살아야 한다. 유전된 누대의 기억,을 더듬어 온 일생 짐작이 가고도 남을 저 휜 허리 늙은 사내는 제 몸보다 더 큰 박스더미를 싣고 제 삶보다 더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일요일 오후 세 시 뙤약볕 좁은 언덕길을 꾸역꾸역 오르고 있다. 내려오던 마을버스, 올라오던 승용차 그 뒤로 줄지어 선 자동차들 경적소리 욕지거리 날카롭게 섞여서 비키라고 빨리 좀 비키라고 성난 개처럼 으르렁거린다. 쌈 난 줄 알고 모여든 구경꾼들 난장 한 가운데 꼼짝 없이 끼어버린 이제 넘어지면 다시 못일어날지도 몰라 죽어라죽어라 중심만은 놓지 않고 있는 저 늙은 사내.
일요일 오후 세 시를 지나고 있다.
계간 『정인문학』 2006년 봄호(창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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