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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손석호 시인 / 겉을 적신다는 건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2.

손석호 시인 / 겉을 적신다는 건

 

 

        전깃줄에 내려앉은 텃새 한 마리

        먼 산을 바라보며

        비에 젖고 있고

         

        그 아래 논둑에 올라 선 아버지

        벼 포기를 바라보며

        젖고 있다.

         

        홀로 외줄에 올라선다는 건

        아무도 모르게

        꼭 쥐고 있어야 할 누군가 있다는 것.

         

        젖을수록

        팽팽해지는

        저 평행한 외줄 두 가닥.

         

        겉을 적신다는 건

        말라있는 안쪽이 있다는 것.

         

        저무는 빈 전깃줄

        그 아래 빈 논둑.

         

        이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앉아

        안쪽도 젖어 있을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손석호 시인

1994년 공단문학상 최우수상 수상 이후 작품활동 시작. 현재 문학동인 〈Volume〉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