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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옥 시인 / 길 위에서 만난 마들렌
은밀한 냄새와 야릇한 감미로움이 곳곳에서 흘러 나왔다. 선명한 줄무늬 조개껍질 모양의 마들렌을 들고, 길 위에 서 있는 남자의 이름은 프루스트, 이십에 바다를 발견하고 오십에 책꽂이를 발견하고, 은밀한 향수와 은밀한 시간을 행간에서 찾아냈다. 사라져 가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기억이라는 진부한 생각을, 이발소 액자에 걸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명언을, 진부한 냄새를 기억해낸 사기그릇을, 아주 오래된 비밀을, 마구 퍼 담았다. 사라져 가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냄새라는 진부한 생각을, 찰리 채플린이 말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는 명언을, 진부한 얼굴을 간직한 난초가 있는 거울을, 아주 오래된 비밀을, 다시 또 보았다. 그 많던 가족들이 벚꽃처럼 흩날릴 때도 물고기들은 구름처럼 유유히 흘러갔다. 사라져 가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기억이 아니다. 냄새가 아니다. 파도가 무섭게 몰려 왔다가 빠져나간 자리, 새들이 찍어 놓은 발자국 옆에 마들렌이 은밀하게 스며들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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