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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 시인 / 이삭귀이개
혹시나 그대가 내게로 오는 길을 잃어버리거나 나도 그대에게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싶을 때는 빛 한 줄기 없는 가운데 종유석이 자라고 있는 동굴을 생각한다.
흐르던 용암이 멈추고 死火山으로 굳어지면서 耳鳴으로 귀 근질거리고 어둠 속 가난한 주머니마저 비어져 더 이상 광합성작용은 어렵겠다 싶어질 때 동굴 천장에서 문득 허리에 차고 있던 바구니 속으로 박쥐 한 마리 툭, 떨어지던 것을 기억한다.
내 생애 황금박쥐는 없을 거라고,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이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어느 날 내게 들어온 그대와의 사랑을 오늘도 단단히 깁고 깁으며 이제는 나에게도 우렁각시 있음을 믿는다.
지금은 가닥가닥 여기저기 줄을 늘이며 쳐 놓은 통발 들어 올릴 때마다 이삭들이 가득가득 그대가 있어, 이만큼이라도 스스로 광합성을 하며 다시 꽃 피울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한다.
혹시나 그대를 잃는 날 앞으로 온다 할지라도 어둠의 천장에서 박쥐 떨어지던 추억 하나만으로도 남은 생애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음을, 나는 온달 그대는 평강이었음을 비망록으로 남긴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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