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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무웅 시인 / 풍경(風磬)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3.

박무웅 시인 / 풍경(風磬)

 

 

        뎅그렁,

        이것은 물고기의 소리다.

        저 산문(山門)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는

        물을 꿈꾸는 소리다.

        아니, 근처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는

        발 달린 물줄기가

        천년을 기다리는 소리다.

         

        아니, 사람들이 즐긴다는

        비린내 난다는 그 시시한 물고기 말고

        이제 겨우 백년 쯤 된

        잠잠히 있다가도

        분분(紛紛)한 바람을 숨 쉬는

        바짝 마른 그 물고기.

         

        어쩌다 바람의 운용(運用)에나 매달려

        일생을 소리로 닳아가고 있다.

         

        뎅그렁, 뎅그렁

        바람의 내장(內臟)이란 이처럼 맑다.

        먹은 것은 공(空) 뿐이니

        배설(排泄)이 없다.

         

        일생을 무심(無心)에 맞겨놓고

        시간이여 예 와서

        닳아라, 닳아라! 한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박무웅 시인

199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공중국가』 , 『공중국가』『끼, 라는 날개』 등이 있음. 2014년, 2016년, 2017년 세종우수도서 선정. 2015년 한국 예술상 수상.  현재 월간 『시와표현』 발행인, 도서출판 『달샘』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