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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범 시인 / 키스
당신과 나의 혀가 맞닿으며 오래된 추억은 회고됩니다. 그리하여 파도는 밀려오고, 우리의 파국은 쉽게 감지되지 않습니다. 해변으로부터, 불온한 피를 뚝뚝 흘리는 시신들이 걸어 나오면, 바다의 농도는 이해할 수 없는 피의 문양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당신과 나의 발목에는 피의 문양이 음각되고, 물러설 수 없는 사랑의 파국을 떠올리며 우리의 혀는 감지할 수 없는 어느 지점을 탐닉합니다. 불길함에 발을 담근, 당신의 얼굴은 오래전에 인화된 흑백사진처럼 천천히 사라지지만, 나는 곧 당신이고, 당신의 황폐한 내력을 여전히 나는 서성입니다. 석양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고, 헤어진 연인들처럼 우리는 눈물을 흘립니다. 해변의 석양을 배경으로 나누던 키스는 오래지 않아 소멸에 이를 것이지만, 최선을 다해 우리의 키스는 사랑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나의 혀가 당신의 혀로 전이될 때, 당신의 절정이 나의 절정으로 환원될 때, 당신은 오래전에 헤어진 애인을 떠올리며 파멸에 이른 오르가슴을 소환합니다. 사랑은 충만하고, 우리의 키스는 입안 가득 말라가며 희미해지는 순간을 더듬습니다. 당신과 키스를 나누며 나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 몸 안의 산소가 희박해지며 새로운 세계는 펼쳐집니다. 당신의 숨과 나의 숨이 맞닿으며, 우리는 기억나지 않는 전생을 영원토록 잊지 못합니다. 전생을 생각하면 언제나 눈물이 난다고, 당신은 속삭입니다. 당신의 혀가 나의 혀를 휘감고, 오래도록 우기雨期는 끝나지 않습니다. 수평선을 위무 慰撫하며 적란운은 피어오릅니다. 해변에는 온몸의 피가 빠져나간, 맑고 투명한 시신들이 명징하게 떠오릅니다. 바다는 이해할 수 없는 피의 문양으로 가득 불길하고, 우리는 키스를 나누며 그 해변을 오래도록, 첨벙첨벙 서성입니다.
시집 『금욕적인 사창가』(문예중앙, 20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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