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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원 시인 / 프렉탈을 먹는 저녁
브로콜리와 양상추를 먹는 저녁 포만과 졸음이 교차하다가 섞이는 이 시간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닮은꼴로 태어나고 죽는 일란성의 자연계를 뚝 떼어놓을 수는 없을까
닮은꼴로 너는 내 안에 생성되기도 내 안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왜 같은 맛의 음식을 매일 먹고 같은 베개를 베고 같은 시간을 정해 잠깰까 서로 크기만 다를 뿐 우주의 별과 별의 간주로 울고 웃을까 아직 그곳에서 나를 닮으려 유영하고 있는 너 빛나는 것들은 멀어서 그렇다고 너무 밝아서 우리는 서로 눈을 찡그리고 아련한 것들로 눈을 감으려 한다는 것
어린 날에는 왜 큰 상처들만 있는 것일까
인간이이서 인간의 고통이 있고 내가 죽어야 할 죽음을 미리 본다는 것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닮았다는 것
생일은 어떻게 한 살 더 많은 날을 거르지도 않고 찾아오는 것일까 그러다 버려지는 것일까
시집 『꽃들이 꺼지는 순간』(시와표현, 2016) 중에서
려원 시인 / 꽃들이 꺼지는 순간
툭 하고 꺼졌다 아버지는 캄캄한 방을 흔들어 촬촬 소리가 나면 불꽃이 수명이 다한 거라 했다
할머니에게 주려고 동백을 돌려 땄다 그때 퍽, 봄이 꺼졌다
알을 빻은 동백을 삼베주머니에 넣고 쥐어짜던 두 손 사이로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흘렀다 거센 물줄기만 끌어 올리던 할머니의 머리카락은 길게 아래로 흘렀다
꽃은 전류를 타고 온다 돌려 딴 동백을 받은 적이 있다고 돌려 끼우면, 백열등은 공중에 매달린 꽃이 된다고 지금도 믿는다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백열등을 돌려 방을 끈 적이 있다
떨어질 때 꽃술이 끊어지고 검은 머리카락이 풀렸다
꽃가지 하나를 꺾으면 몇 송이의 꽃들이 툭 하고 꺼지는 순간이 있다
시집 『꽃들이 꺼지는 순간』(시와표현, 20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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