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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엽 시인 / 구례구역에서
우리 이쯤해서 그만 헤어집시다 오랜 다짐 헛되지 않도록
어둠 적당히 깔린 지금 쿨하게 보세요 능금꽃 모짝 떨어져 내리는 것을
당신의 입술엔 물집 터져 험하고 제 마음에도 구멍 뚫린지 오랩니다
당신의 전부라고 믿고 살았던 시간들 그러나 나 이제 울지 않을래요
생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다가오는 것들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막무가내로 밀려드는 아픔과 예기치 못한 상황
온몸으로 끌어안는 거라고 옹동그린 내 어깨 다둑이던 당신
이제 곧 기차가 떠날 시간이에요 구석에 서서 몰래 눈물 삼키지 말고 어서 가세요
해마다 능금꽃 피고 지듯이 만남과 이별은 일상사
더 이상 아파하지 맙시다 밤이면 가슴에 포를 뜨던
산비둘기 울음 지금도 들리나요
참았던 슬픔 쏱아내듯 끈질기게 심장 휘젓는 저음
그 음표 가슴에 묻고 우리 서로의 길 찾아 갑시다 쏱아지는 눈물 삼키며 무연히
시집 『지하의 문사文士』(지혜사랑, 2016) 중에서
조옥엽 시인 / 도꼬마리
세포 하나하나에 독기 서린 가시 꽂고 선 저이는 아마도 자신도 모르는 죄 짓고 쫓겨나 맨발로 천지 해매고 다니다, 때 절은 빨래처럼 땟국 흐르는 마음자락 빗길에 질질 끌고 다니다
어렵사리 인적 드문 무덤가에 다다라 한숨 돌리며 자신의 허물이 무엇인지 어둠에 대고 묻고 또 물었으리
목소리 커질수록 하늘은 굳게 입 다물고 그 적막 끼고 헝클어진 분노의 실타래 가닥을 잡아가면 사납게 으르렁대는 바람의 혓바닥 좇아 어둠의 쇠갈퀴 두려움의 입자 죄 끌어 모으고 별똥 같은 눈물 뚝뚝 흘리며 제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다 깜빡 잠이 들었으리
그 헛잠 속에서도 검은 그림자에 쫓겨 다니다 정체모를 짐승의 울부짖음에 혼비백산 까무러치고 말았을까?
움막에 든 별인 양 어깨 위에 노랗게 돋아나는 울음의 싹들, 강 건너다 발 헛디뎌 고꾸라지는 바람에 꽃 모가지 하나 둘 떨어져 내리고
덩달아 근심은 씨앗처럼 검게 여물어 마침내 제 혼까지 떠나보낸 저이는
차디찬 달빛 몇 모금으로 꼬르륵거리는 빈창자 달래다 은근슬쩍 재천장해 두었던 꿈 주머니 꺼내 다시 되작되작 되작거리는 중인가? 잦아드는 속울음 좇아 별빛으로 흐르는 고요
시집 『지하의 문사文士』(지혜사랑, 20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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