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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임솔내 시인 / 발의 흔적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4.

임솔내 시인 / 발의 흔적

 

 

        공중부양을 꿈꿨을 때는 미안 했었다.

        스멀스멀 어깨에 날개 돋기를 바랬을 때도

        그랬다.

        흙길을 걷고 있을 때 살아 있다는 걸 알았다.

         

        새 것일 때는 닿을 곳 안 닿을 곳 무턱대고 다녔지.

        생각이 오래 머물고 쌓이면서 한 발짝 옮기기가

        무겁고 무거웠다.

         

        내어 딛을까 말까 내게 눈치가 보인다.

        신기루 같은 삶이 깊어지고 나서

        아니, 삶이 헌 것이 될수록 더 더욱 어렵다.

         

        발길 닿았던 그 곳과 멀어져야 할 때

        발길 닿았던 그 곳이 아득해 질때 부음처럼 서럽다.

         

        인체의 최하층에서 비밀동맹으로 나와 살았던

        그 발에게 이제사 사과한다.

         

        축지법 없이 신발타고 다니며 슬쩍 남 인생을

        베끼기도 했지만

        어느 날 방향을 틀어 내 안으로 뚜벅 들어서는 맨발

        마음에 소름 돋운다.

         

        생의 큰 길에서 로그아웃 그때까지 두고 두고

        꺼내보아야 할 발

        맨발 그 한마디에 물들어

        하마터면 열심히만 살 뻔 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임솔내 시인

1999년《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나뭇잎의 QR코드』,『아마존 그 환승역』 등이 있음.  김영랑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한국서정시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한국시낭송총연합 회장. 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