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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전다형 시인 / 중환자실은 울울창창 슐만의 숲*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5.

전다형 시인 / 중환자실은 울울창창 슐만의 숲*

 

 

4.767년 된 므두셀라** 브리슬콘소나무***가 꿈쩍도 않고 두 달째 침엽수림의 자세로 누웠다. 완강한 은회색 철재 침대가 가사(假死)를 제공했다. 철침을 꽂은 긴장이 직사각형 침대머리 이름표로 몰렸다. 간간 요양보호사가 가자미로 누운 환자에게 모로 뉘이다 바로 뉘이다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 삶이 늘어났다. 나는 중환자실 바깥에서 임사(臨死) 체험에 들어갔다. 욕창(褥瘡), 내 욕(欲辱慾)의 창(瘡窓愴刱憃)을 내자 내 몸에서 썩은 시체냄새가 났다. 면회를 오는 사람이 킁킁 코를 막았다. 먹은 마음이 중얼중얼 기도문을 완성했다. 병문안을 온 사람들 울음줄기가 복도를 뻗어갔다. 가만 가늠해본 불효,

 

효도의 형식을 빌미로 띄엄띄엄, 간헐적 회개의 시간은 일방적 산사람의 편의,

 

석삼년 치매 영감 수발 손 털은 지 삼년 만에 덜컥 자기가 쓰러졌다. 캥거루족 자식 수발만 들다 온 그녀가 남의 손에 몸을 맡긴 것도 처음이다. 일용할 양식도 평생 동동거린 마음도 내팽개쳤다. 육신의 감방, 암갈색 번데기로 누운 그녀. 몇 달 째 핏발 선 고무호스가 사람과 사물 사이를 간신히 잇고 있다. 해발 3.048~3.054까지 오르내리기는 숨길이 생의 환호취락을 축조하나, 딸깍딸깍, 아래 윗잇몸 엇나간 틀니가 저승 문을 깨무나,

 

면회 온 손자와 손녀는 빈소의 분위기는 영정 사진 빨이라며 행복한 표정을 찾아 열을 올리나,

 

그레이트 베신 네바다 고산지대를 출발한 그녀. 록키의 동쪽을 헤매시는가? 하이트마운틴 인요국유림을 헤매시는가? 몰아쉬는 숨이 가파르다. 내 의식은 무의식이 숨긴 크레바스에 빠졌다. 첩첩산중, 슬픔의 고립무언이 억겁을 돌아 브리슬콘 자세로 임했다.

 

의치에 물린 잇몸 찾아드리자. “아~ 아~ 입 크게” 귀 바퀴를 굴린 울음보.

 

이물질을 범벅, 넘길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품 안에 넣고 키우던 캥거루 두 마리. 풀려나 병실 바깥을 어슬렁거렸다. 이 없이 잇몸으로 견딘 과반의 생. 말년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4.767년 된 므두셀라 브리슬콘소나무가 슐만의 숲을 버렸다.

 

므두셀라 쓰러지고 첫 날 현옹수 넘기지 못한 시큼한 전복죽 버렸다. 뒷간 섟 가래에 시래기로 묶을 가족사, 아픈 생손가락 둘 (예순다섯 사별, 오십 중반 생이별) 뒷수발 들다 온 새가슴, 가만 덮은 가로줄무늬 병실이불이 훌쩍거렸다. 나는 주변 밝은 햇살 다 끌어다 그녀 저체온을 껴안았다. 창밖 계곡 물소리는 동결을 풀고 봄을 따라나섰으나 따뜻한 중환자실은 살얼음판, 은회색 철재 침대 다리 아래 쩍쩍 빗금 긋는 소리, 먼 곳을 응시하던 그녀 눈동자가 풀렸다. 봄, 들숨을 퍼 나르는 링거액이 맥을 놓았다. 위험수위 맥박 수도 차차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4.767년 된 므두셀라 브리슬콘소나무가 눈을 꾸-욱 감자 슐만 숲이 사라졌다.

 

*애리조나 대학의 애드먼드 슐만이라는 학자가 1939년 1955년까지 이곳에 사는 나무들 나이를 연구했는데 래드우드 국립공원의 가장 키가 큰 나무, 해발 3.000년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생하고 있는 브리슬콘 소나무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 약 4.800여 년간 살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한다. 슐만 박사는 발표직전에 심장마비로 작고하여 이를 기리기 위해 숲의 이름을 ‘슐만의 숲 Schulman Grove’이라 명명하였다.

 

**슐만 박사는 가장 오래된 나무 이름을 므두셀라라 이름 지었다.

 

*** 중환자실의 시간은 더디게 갔다. 시간 멈춰있는 착각에 빠졌다. 고통의 시간은 길고 아파 회복을 기다리는 보호자의 심정은 천년만년 길게 느껴졌다.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의 나이 85 년이 4.767년 된 므두셀라 브리슬콘소나무와 맞먹는 시간이라 느껴졌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전다형 시인

경남 의령에서 출생.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수선집 근처〉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수선집 근처』(푸른사상, 2012)가 있음. 2012년 부산작가상 수상. 현재 한국작가회, 부산작가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