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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희 시인 / 벽이 온다
밧줄에 의지해 암벽 하나를 간신히 넘어왔는데 또 밧줄이 드리워져 있다.
얼마나 가야 하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벽이 온다. 한 손 한 손 되짚어 내려간다. 내려갈 힘은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되었을 때
절벽에 서 있는 소나무, 꺾는 각도가 절묘하다. 공중을 더듬으며 길 찾는 목숨들 낭떠러지를 품고 산다. 끝이라는 것은 새로운 방식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 씨앗을 잉태하는 것도 그 이유
절벽에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나무마다 절벽이 있다. 빛의 화살은 길고 짧아서 목마르게 휘어지는 행로
파르르 떨던 나뭇가지 하나가 방금, 방향을 조금 틀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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