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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찬 시인 / 난곡마을
닥지닥지 붙어 눌러앉은 판잣집이 산을 이뤄 연탄 손수레가 겨우 오르내리던 골목길. 전봇대 구멍가게 담벼락 판자 대문 화장실까지 알림 쪽지 더덕더덕 붙어 있는 길. 곤드레만드레 비틀비틀 시간에 밀리는 가파른 숨결 또박또박 세월 앞지르는 구두 소리 불협화음이어도 저녁마다 불빛 새어 나오던 곳.
재개발한다는 소리 소문에 붉은 댕댕이 질끈 동여맨 라면 봉지 막걸리통 생리대 뒤섞여 소리치던 곳. 문짝들 바람 속에서 너덜거리고 소주병 과자봉지들 널려져 있고 W x Y 하트에 화살 꽂힌 그림. 잘난 놈들 좆 까라 개새끼들아......., 낙서 판치고 강한 바람 휘몰아치는 골목길 입구부터 굴착기가 툭툭 칠 때마다 슬레이트 깨지고 벽 허물어지고 문짝 부서지고 서랍장 쪽거울 양은냄비 콘돔 뒤엉켜 뽀얀 먼지 뒤집어쓴 채 나 죽네, 그 소리 소리에 굴착기도 잠시 멈칫하던 곳.
지금은 20층 아파트 즐비하게 솟아있고 집집마다 실외기 달려있고 승용차 빼곡하고 유치원, 학원, 체육관 버스 들어오고 상가단지 초등학교 중학교 있어 숨통 트일 것 같아도 층층이 닭장에 갇혀 사육되듯 살아가는 인사는커녕 이웃이 죽어도 모르는 철거 계고장보다 더 지독한 겨울이려니.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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