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미희 시인 / 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5.

김미희 시인 / 풀

 

 

  꽃과 나무의 경계에서

  수없이 뽑히고 잘리고 밟혀

  너의 그 비릿한 가난이 비록

  그 누군가의 풍요에는 미치지 못한다 해도

  조용히 일어서는 너만의 세월

  슬몃슬몃 세상의 눈치를 본다지만

  결코 경박스럽지 않은 웃음

  그 작은 숨소리에 맞추어

  계절이 익어가는 줄도 모른 채

  오늘도 맨발로 발가락에 힘주어

  터를 넓혀가는 디아스포라

  그 꿈의 집요를 본다

 

시집 『눈물을 수선하다』(천년의시작, 2016) 중에서

 

 


 

 

김미희 시인 / 틈

 

 

  틈이 생기면 무너지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틈은 안에서

  무엇인가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가슴속 된바람 소리로 알게 되었다

 

  틈은 깨어져 벌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열리는 방이어서

  생각도 머물 수 있고

  한숨도 부려놓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다 내어주는

  숨통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서는

  나를 떠나 살던 나와 만나 촛불을 켜고

  아직 도라지꽃을 들고 서있는

  까까머리 그 아이도 만나고

 

  그래서 틈은

  숨이 막혀 생긴 생채기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것

  저마다 꽃이 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시집 『눈물을 수선하다』(천년의시작, 2016) 중에서

 

 


 

김미희 시인

1964년 서산에서 출생. 2005년 《미주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눈물을 수선하다』(천년의시작, 2016)가 있음. 현재 달라스한인문학회 회장. 연극배우와 시인으로 미주에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