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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성식 시인 / 저 좁은 창으로 새나오는 불빛은...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7.

홍성식 시인 / 저 좁은 창으로 새나오는 불빛은...

 

 

        슬리퍼 신고 동네 통닭집에 앉은 사내

        지저분한 수염에 기름 묻히며

        날개 뼈를 씹고 오독오독 빠득빠득

        경멸의 눈길로 돌아보는 젊은 연인 한 쌍

        허술한 삶은 습해서 막막하게 어둡다.

         

        먼지 낀 가게 창 너머 열두 평 빌라

        희미한 백열등 불빛이 조그만 창을 넘고

        마침내 터무니없는 희망 넘실넘실 출렁출렁

        견뎌온 세월 돌아보면 절로 고이는 눈물

        옹색한 저 집엔 누가 살고 있을까.

         

        꿈은 멀고 청춘은 흔적 없이 사라져

        마주 앉을 술친구 하나 없는데

        슬픔만이 살아남아 글썽글썽 울렁울렁

        단 한 번 입맞춤에 전 생애를 걸던 사내

        낯설고도 낯익은 그는 누구였을까.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홍성식 시인

2005년 문예지 《시경》을 통해 등단. 시집 『아버지꽃』과 아시아-유럽 여행기 『처음 흔들렸다』 등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