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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서완 시인 / 달의 비늘이 벗겨진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6.

강서완 시인 / 달의 비늘이 벗겨진다

 

 

절벽 끝은 하늘에 닿기 좋은 때, 만월이 쏟아진다 심장을 밖에 내건다 머리에 꽂은 하얀 헝겊리본 냄새가 난다

 

한 뼘 웅덩이까지 자늑자늑한 주파수

 

밀려온 색들이 혈관을 헤엄친다 훅, 훅, 열꽃이 피어난다

 

카이로스의 저울과 검이 중력을 벗어난다

신도 취한 봄밤이다

 

발효된 열기가 모서리를 감싼다 목에 걸린 지문이 녹는다 때로 환상을 횡단하는 사이클에서 녹색바람이 불어온다 자우룩한 취기에

 

밤새 어둠이 발라먹은 달의 물렁뼈

샛별, 그 바라기

 

망망대해

 

그토록 작은 손이 해를 들어 올린다 나이테에 괸 햇살이 기지개를 켠다 발에 어깨에 날개가 돋는다

 

천 갈래 잎맥에 활어가 요동친다

 

한껏 사월이 부푼다 빈 굴뚝도 팽창한다

 

시집 『서랍마다 별』(지혜, 2016) 중에서

 

 


 

 

강서완 시인 / 저녁의 변이

 

 

    쓰나미의 위력은

    속도와 거리의 전복

 

    독사가 치솟는 순간 하늘에 독이 퍼졌다

 

    주홍빛 파도가 하늘을 휘돈다

 

    잎아, 밤새 등뼈를 키우는 이파리들아, 고난의 텍스트를 풀던 바람아

 

    무엇이 심장을 덮쳤는가

    해변에 널린 햇빛이 기억을 발굴하고 있다

 

    흰 새가 날지 않는다

    방파제가 흘러내린다

 

    간신히 깔리는 노을

 

    늙은 피가 하얘진다

    식은 심장이 낮아진다

 

    게다가 서풍이 불어오면 끔찍한 일, 나비가 사라지면 두려운 일

    더한 것은 발목을 스쳐간 뱀조차 그리운 일

 

    남은 빛마저 뼈를 이탈한다

    회오리치는 어둠!

    빨려 들어간다 허공이 입을 벌린다

 

시집 『서랍마다 별』(지혜, 2016) 중에서

 

 


 

강서완 시인

1958년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2008년 《애지》신인상에 〈달의 내력〉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서랍마다 별』(지혜, 2016)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