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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녀 시인 / 자화상
기생이 되려다 못된 년들이 글을 쓴다는 김동리 선생님의 말씀으로 화끈 달아오르는 내 얼굴,
그렇다 느지막하게 내린 신끼로 굿을 치고 다니는데 선무당 사람잡는 소리가 등을 훑어내리고 옷 속으로 식은 땀 쭉 쭉 흐른다
애무당 하루라도 날춤을 추지 않으면 아쟁이, 대금소리에 삭신이 아프고 저려서 색색이 옷 차려입고 신 바람을 맞으며 동서남북 발길 안 닿는데 없다
세상만사 굿 한방이면 끝나는 듯 작두날 위에서 물구나무 서며 신끼 휘두르니 위태 위태하다
소리도 배워 사설도 익혀 한거리 제끼면 구경꾼도 모여들어 신기한 듯 늦게 배운 도둑질이 가여운 듯 박수도 쳐주어 신명 끓어 넘치는 기생 못된 선무당이여.
시집 『큐피드의 독화살』(종려나무, 2007) 중에서
최금녀 시인 /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 본 적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을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반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시집 『저 분홍빛 손들』(문학아카데미, 200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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