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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희 시인 / 큰 돌
누워있을 때가 가장 무거울 때라는 것 알게 된다. 뒤척이는 것들은 모두 바늘 끝이고 그 바늘 끝에는 바르르 떨리고 있는 통증이 있다. 격렬한 곳. 무게를 늘려온 끝이 고작 제자리 못 찾는 이 떨리는 곳이라면 바늘 끝이란 가장 무거운 끝이고 신음소리는 통증의 가장 가는 끝이다
사막의 끝에서 모래로 자라는 돌이나 물속에서도 자라는 돌이 있다면 수억 년 먼지를 먹었거나 미끌미끌 자라는 이끼를 먹고 있었을 것이다
쓸개 속 조그만 물의 씨앗이 돌멩이로 자라나게 한 것은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혀끝의 무게였다 싱싱하던 죽음 한 조각 물고 있는 입맛, 단맛의 가장 깊은 맛은 쓴맛이다
까맣고 작은 돌 하나가 나를 가장 무거운 곳까지 가라앉혔다 큰 돌이란 돌의 부피가 아니라 장소의 크기다 작은 돌 하나를 꺼내들고 내 속이 이렇게 좁았었다는 것을 알았다
작고 까만 돌 하나를 꺼냈을 뿐인데 바르르 떨리던 바늘 끝 하나가 잠잠해졌다
시집 『잠의뱐덕』(시와표현, 2016) 중에서
강금희 시인 / 가오나시* ㅡ사람(person)의 어원은 가면(persona)이다
얼굴에 감정을 쓰고 있다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감정이 없는 시간이 고작 33초 라고 한다. 어쩌면 그것은 감정이 평생의 표정에 들까 말까를 고민했던 순간일 것이다.
웃는 가면은 피곤하다. 그 피곤한 가면위에 다시 얼굴 없는 가오나시 가면을 쓴다.
태어났을 때 망설였던 그 33초를 찾아내어 얼굴에 쓰고, 그들은 가오나시가 된다. 33초의 그 무표정, 강요된 웃음으로 밥을 먹고 집을 짓고 물건을 판다.
중국 허베이성 한단에 있는 한 서비스 업체, 감정노동자들은 매달 한번 있는 휴식의 날에 가오나시 가면을 쓴다고 한다. 태(胎)에서 갖고나온 가면위에 다시 얼굴 없는 가면을 써야 편안하다면? 그 가면은 주검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사람다움이 아닌 사람처럼 살기위해 자궁 속에서부터 가면을 다듬기 시작한다. 임신 20주 모차르트의 청각을 표정에 담고 3개월째부터는 바깥의 기미에 응대하는 표정을 새긴다.
얼굴의 기원엔 표정이 없다. 맨 처음 울음의 표정이 생겨나고 ‘척’을 도구로 평생 가면을 다듬는 기술이 늘어갈 뿐, 기쁜 척, 슬픈 척, 자는 척, 죽은 척, 버럭, 모난 정을 깎아내고 입이 귀까지 찢어지는 웃음을 꿰맨다.
유명한 조각가의 가면이나 무두질만하다 내팽개쳐진 무지렁이의 가면이나 33초 이전 불귀의 무표정으로 돌아가기 경쟁중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영화에 나오는 얼굴 없는 귀신
시집 『잠의뱐덕』(시와표현, 20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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