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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철 시인 / 겨울 강
겨울 강에 나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돌 하나를 던져 본다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쩡, 쩡, 돌을 튕기며, 쩡, 지가 무슨 바닥이나 된다는 듯이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언젠가는 녹아 흐를 것들이, 쩡, 봄이 오면 녹아 흐를 것들이, 쩡, 쩡 아예 되기도 전에 다 녹아 흘러 버릴 것들이 쩡, 쩡, 쩡, 쩡, 쩡,
겨울 강가에 나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얼어붙은 눈물을 핥으며 수도 없이 돌들을 던져 본다 이 추운 계절 다 지나서야 비로소 제 바닥에 닿을 돌들을.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시집 『반시대적 고찰』(문학과 지성사, 1988) 중에서
박남철 시인 / 詩人演習
나도 한때는 시인이고자 했었노라, ㅎㅎㅎ 굉장히 열심히 세수도 않고 다니고 때묻은 바바리 코우트의 깃을 세워 올리면서 봉두난발한 머리카락의 비듬을 자랑했거니, 이미 내 등이 꺼꾸정하게 굽은 뒤에 형사 콜롬보가 기막힌 포옴으로 수입되었었노라 무엇인가 비웃는 듯한 미소를 한시라도 지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먼 허공에서 아물거리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만을 바라보는 내 순수 고독의 시선하며 그것을 담은 詩展 팜플렛을, 오호호 저 무지 몽매한 중생들에게 노나 주었었노라
항상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우주 평화를 걱정하면서 尹東柱의 혈서를, 에즈라 파운드를 옆구리에 끼고 다녔었노라 어디 나도 한번 머엇있게 살아 볼려고 오른손을 번쩍 번쩍 치켜들면서 인생이란 뭐 다 그런 거라고, 아무 때고 간에 떠나고 싶을 때 훅 떠날 수 있는 거라고 목에 힘 꽉 주어 엄격하게 단언하면서 귀족처럼 우아하게 酒店 할미집을 들락거렸었노라
때로는 끓어오르는 詩興을 가누지 못하여 별로 인적이 뜸하지 않은 오솔길을 홀로 사색에 잠겨 비틀거리곤 했었노라 납작하니 짓밟힌 꽁초를 주워 피우면서 李小龍이처럼 절묘한 비명을 질러댔었노라 아카 ! 아카카카 !
아아, 근데 누가 뭐 신경이나 좀 써 줘야지 태산 明洞에 서일필이더라, ㅍㅍㅍ 좌우지간 나도 한때는 굉장히 열심히 詩人이고자 했었노라
시집 『地上의 人間』(문학과 지성사, 198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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