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박정이 시인 / 어둠의 재단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8.

박정이 시인 / 어둠의 재단

 

 

        남방 하나가

        바닷가 모래밭을 펄럭인다.

        모래처럼 분쇄되는 몸뚱이

        발아래로 햇빛이 모래사장을

        스펀지처럼 부드럽게 달구고

        모래들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어둠을 빨아들인다.

         

        다듬어지는 어둠

        가로로도 세로로도 재단할 수 없는 어둠

        빛은 점점 그림자를 늘이고

        방안에서만 찾던 빛

        빛을 쪼아대며 어둠을 화장해 가는 벌레처럼

        주체 못할 몸무게만 늘렸지만

        되돌아설 수 없는 지점

        빛은 서서히 옷을 벗고 어둠은 재단된다.

         

        퍼 나르는 빛

        어둠을 빛으로 버무려 빛을 만든다.

        먼지를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잘게 부서지는 그림자의 그림자가

        달콤히 넓어진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박정이 시인

2009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 시집으로 『오후가 증발한다』, 『여왕의 거울』 등의 5권이 있음. 제9회 문협 서울 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시 전문잡지 포에트리 슬램 발행인 겸 주간. 포에트리 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현대문학신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