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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석구 시인 / 연애(戀愛)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7.

이석구 시인 / 연애(戀愛)

 

 

  일요일 늦은 아침

  걸어가는 혜화동로타리

  필리핀서 온 여자

  길 가장자리에 서서

  뜨겁게

  달궈진 냄비

  오리 알을

  삶는다

 

  그녀가 쓸어 올린 머리카락 날리며

  녹지 않고 얼어붙는 눈 내린 방향으로

  바나나 잎사귀 닮은 목도리 칭칭 두른다

 

  주일 낮 미사가 끝난 성당 계단에 앉아

  그리운 그 사람을 만나기 한 시간 전부터

  푸드득 날아간 오리

  발룻1) 의 껍질을 깐다 터트린다

 

1) 발룻 : 부화되기 전에 삶은 오리 알.

 

시집 『커다란 잎』(천년의시작, 2010) 중에서

 

 


 

 

이석구 시인 / 해제(解制)

 

 

  온 산에 늙은 나무

  봄이면 꽃이 핀다

  개심사 그 중에서

  대웅전 앞뜰 목련

  공양주

  무릎에 앉아

  하얀 꽃대

  올린다

 

  추녀 끝 치켜 올린

  허공의 멧새 한 마리

  산 너머 숲에 머문

  명지바람 불러들여

  절 마당

  목탁 소리마냥

  꽃망울을

  터트린다

 

시집 『커다란 잎』(천년의시작, 2010) 중에서

 

 


 

이석구 시인

1960년 충남 청양에서 출생.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및 同 교육대학원 졸업. 2004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으로 『커다란 잎』(천년의시작, 2010)이 있음. 현재 '21세기 시조'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