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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 시인 / 연애(戀愛)
일요일 늦은 아침 걸어가는 혜화동로타리 필리핀서 온 여자 길 가장자리에 서서 뜨겁게 달궈진 냄비 오리 알을 삶는다
그녀가 쓸어 올린 머리카락 날리며 녹지 않고 얼어붙는 눈 내린 방향으로 바나나 잎사귀 닮은 목도리 칭칭 두른다
주일 낮 미사가 끝난 성당 계단에 앉아 그리운 그 사람을 만나기 한 시간 전부터 푸드득 날아간 오리 발룻1) 의 껍질을 깐다 터트린다
1) 발룻 : 부화되기 전에 삶은 오리 알.
시집 『커다란 잎』(천년의시작, 2010) 중에서
이석구 시인 / 해제(解制)
온 산에 늙은 나무 봄이면 꽃이 핀다 개심사 그 중에서 대웅전 앞뜰 목련 공양주 무릎에 앉아 하얀 꽃대 올린다
추녀 끝 치켜 올린 허공의 멧새 한 마리 산 너머 숲에 머문 명지바람 불러들여 절 마당 목탁 소리마냥 꽃망울을 터트린다
시집 『커다란 잎』(천년의시작,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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