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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서진 시인 / 줄넘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7.

최서진 시인 / 줄넘기

 

 

줄의 한 가운데

 

두발을 동시에 들면 어디쯤일까

 

나는 우주에 들어선 것처럼 홀로, 공중의 뜬 다른 사람

 

그곳에는 길을 모르는 줄 위의 새

 

발이 걸린 것 같지는 않은데

 

귀에

 

낯익은 웃음들이 물구나무를 선다

 

바다를 생각할 때는 외롭지 발목까지 물결이 밀려온다

 

줄에 휘말린 듯 하지만 나의 발은 뜨겁고

 

결국 벗어나는 창가

 

후회가득한 발을 들고 밤새도록 줄을 넘자

 

벗어나도 새

벗어나도 새

 

사람에 대해 생각했다

 

계간 『딩아돌하』 2015년 여름호 발표

 

 


 

 

최서진 시인 / 1분 21초

 

 

무대 위에는 물고기 대신 새가 날아간다 연꽃자세로 앉아 편견을 가진 보라색을 오래 바라보고 있다 사막 한 가운데서 사흘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기분으로 설산의 오래된 계곡에서 비틀거리다 넘어지면 바닥에서 무엇인가 줍게 된다더군

 

새와 물고기는 춤을 출 때 가장 유연해진다 잠시 후 새와 물고기가 발을 멈춘 사원, 우리는 믿음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서로의 검은 구두를 본다

 

물고기와 새는 만우절의 느낌표 죽을 때 새는 바람 속에서 눈을 감는다 아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눈을 감는다 1분 21초는 물고기에게 물을 가리키는 시간 숨 쉴 수 없는 사랑과 이별을 설명한 단어

 

우리는 손바닥을 보다가 잠이 든다 왼쪽 눈 아래에 있는 검은 점을 뺐다 1분 21초이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의 전 생애를 뒤돌아본 시간이

 

월간 『유심』 2015년 2월호 발표

 

 


 

최서진 시인

충남 보령에서 출생. 2004년 《심상》으로 등단.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시집으로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천년의시작, 2016)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