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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시인 / 누가 내 거울을 가져가는지
우리 집에는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어머니와 귀퉁이 살짝 금이 간 할머니가 아직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를 만난다. 소갈머리 다 빠진 뒤통수를 닮은 여편네를 보고 있다. 언젠가는 할머니를 만난 적도 있어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면 그녀는 항상 왼손으로 내 손을 피한다. 나는 그녀들의 손목을 비틀고 얼굴에 침을 뱉고 싶을 때가 있다.
거울 안쪽에서 늙어가는 수많은 어머니와 수많은 어머니들로 강을 이룬 두물머리에는 내가 없을 때 슬쩍슬쩍 나를 훔쳐보고 가는 여럿의 딸이 있다. 그녀들은 슬쩍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 것 같기도 하고 항상 뒤통수를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나에 대해 아무 확증도 없는 그녀들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머리에 리본을 꽂고 내 취향대로 레이스가 나풀거리는 블라우스에 스커트를 입히는데
누가 자꾸 거울을 가져간다, 내 거울의 투명한 안쪽을 뒤져 그동안 내가 버린 나의 낡고 늙은 얼굴들을 찾아내고는 또 짓궂게 살짝 비틀어진 입 꼬리까지 거울 밖으로 던지는 것이다.
거울 속에서 웃던 그녀들 나는 자꾸 생소해진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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