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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시인 / 아침을 건너, 저녁에 도착한 비밀한 기도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난 아침을 지나, 너는 부끄러운 저녁노을에 도달한다. 흰동가리 맑은 눈이 안개비에 초롱초롱 젖는 동안, 아네모네 꽃말 속으로 이별여행을 떠나는 여자,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고통으로도 아침은 저녁을 물들일 수 있다. 가을이 가고 여름이 가고. 바리톤 목소리 철썩철썩, 목이 쉰다. 지느러미로 탁, 탁, 탁, 허공에 세리모니를 새기는, 혹등고래 떼. 환희의 극점에서 너의 목소리가 굴절되어 반환된다.
내 몸의 흉터가 상처의 면역력을 키우는 밤. 위선과 배반의 젖꼭지 꼿꼿이 세워, 유혹에 저항하는데, 이별은 자웅동체. 파도에 묻혀버린 네 실루엣. 그믐밤 속으로 걸어간 달그림자가 이별을 예감하는데
내 몸의 염기성 ph농도를 희석시키는 그의 목소리, 말미잘의 중독성 키스. 돌아눕는 파도의 등엔 그 여름 모래언덕 흉터자국. 나는 아스피린처럼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을 잔다. 내 번민의 길이를 백년 쯤 늘이면 詩가 될까?
첫째마디 관절통에서 나의 아침이 눈을 뜨고, 둘째마디 아네모네 꽃잎에서 너의 저녁은 눈꺼풀을 닫는다
반년간 『한국현대시』 2018년 상반기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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