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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시인 / 기나긴 목
어린 날 팔이 긴 옷을 입을 때 저 너머 보이는 목의 자리가 동굴 속 출구처럼 왜 그리 멀게만 보였을까
겨울에는 밤하늘 터럭 같은 보이지 않는 철새들 날갯짓만 소리의 깃털로 흩날리고 있었지 그 시절 보았던 멀고 먼, 목의 출구처럼 동그란 달빛 아래에서
나는 늘 어린 아이가 되어 두리번거리며 목이 긴 새의 부리처럼 어딘가를 향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닿지 않는 목을 내밀며 그렇지만
밤하늘의 세계는 내 온몸을 감싸주는 차갑고 포근한 옷 한 벌이었을까
아직 너와 그 옷을 완전히 입지는 못했지만
- 당신은 변했어, 달빛의 실눈이 수십 번을 깜박이는 동안, 내가 사준 당신 티셔츠의 동그란 목이 길게 늘어지는 동안
네가 말한 그렇게 오랫동안 손에 닿지 않는 우리의 빛을 꿈꾸면서
헛된 목을 허공에 매달며 저 너머의 빛은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와 닿은 걸 고요히 깨닫는 것 조금은 늘어져버린 가로등 아래 너의 아름다운 긴 목이 내게 들어오며 축축이 속삭이는 것이었다
따뜻한 옷 한 벌처럼 캄캄한 문자들이 채색된 티셔츠 속으로 나를 포기하지 않던 달빛의 기나긴 목처럼
계간 『애지』 2018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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