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시아 시인 / 안개는 사람을 닮았다
괴물은 제 몸을 한껏 부풀려 출몰해서는 도시를 한 입에 삼켰다 뱉어 낸다 괴물 입속에서 사람들 튕겨져 나온다
로밍, 사라지기보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겹겹의 물 안 春川은 끝없이 묻는 어린 왕자의 물별들, 골짝마다 긴 미로에 갇힌 어린 물줄기들이 있다 물은 시작이라고 했지 시작되면 안개는 사생아처럼 지표면이 되거나 겹겹의 물 밖으로 탈출하거나. 안개가 좀비처럼 걸어 다닌다 사람들은 물과 물고기처럼 희석되다가 금방 서로 몸을 숨긴다
아무리 숨겨도 이곳 사람들 몸에는 자신도 모르는 물갈퀴와 아가미가 있지. 그래서 모두가 안개의 친척들이지
툭하면 안개는 도시를 삼켰다가 뱉어낸다 산은 번번이 가라앉은 도시를 투망으로 끌어올린다 호수의 물결처럼 곡선의 틈이 많은 春川은 사람을 닮았다 제 틈새마다 안개를 숨겨두고 안개 틈새마다 물빛 세상이 넘나드는 걸 본다 도시는,
몇 개의 물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수문 안의 몇몇 대학들이 자신도 모르게 안개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거나 전공하는 春川은 물먹는 도시가 아니지 물먹은 사람에게선 언젠가는 변이된 물갈퀴와 날카로운 아가미의 지느러미가 발견되지
안개의 幻川, 물은 붉어진 만큼 붉어지고 시곗바늘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침전하는 안개만큼 투명해진다
말(言)이 허술하게 꺾인 날에는 물을 마신다 로밍,
시집 『툭,의 녹취록』(시와표현, 2015) 중에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백겸 시인 / 세포 도시 (0) | 2019.06.18 |
|---|---|
| 조영심 시인 / 소리의 정원 외 1편 (0) | 2019.06.18 |
| 정선희 시인 / 눈동자에 살고 있는 구름 (0) | 2019.06.18 |
| 허민 시인 / 기나긴 목 (0) | 2019.06.18 |
| 이선 시인 / 아침을 건너, 저녁에 도착한 비밀한 기도 (0) | 2019.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