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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영심 시인 / 소리의 정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8.

조영심 시인 / 소리의 정원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명주바람의 숨결로 너는 온다

 

비강과 공명강을 건너

솔 숲길 솔 향을 담은 무용선으로

 

고요하게 흔들리며 한 올 한 올 한삼자락 타고 한 박에 한 걸음씩 온 박으로 두 박에 반박을 차고 덧걸음 사뿐 얹어서 까치채로 재금재금 나와 반박을 스쳐 멎숨 엇박으로 잘근잘근 끊어도 끊길 듯 이어지며 맺는 듯 푸는 듯 들숨 날숨 동글동글 이음매 동글리며 온다, 왔다, 끝 선에 잡아둔 숨결을 살짝 놓아 다시 먼 곳으로 보낸다

 

목소리로 만든 악기, 아카펠라

공문(空門)을 오르내리는 소리의 춤사위 익히듯

열꽃 핀 이 호흡도 한자락 입춤이면 좋겠다

 

시집 『소리의 정원』(시산맥사, 2016) 중에서

 

 


 

 

조영심 시인 / 담을 헐다

 

 

  담을 헐기 시작했다

  담들이 낮아지고 있다

  내 것임을 완고하게 주장해왔던 담

  온몸에 철조망을 두르고

  정수리에 유리조각까지 박았던 담장

  물고 물린 땅 때문에

  먼 핏줄보다 낫다던 이웃과

  쌓고 살았던 담벼락

  도시의 담을 없애자

  간격들이 허물어지자

  사방이 팔방이다

 

  이참에 나도 담*을 헐었다

  나를 위협할 그 무엇에게

  쓴맛을 보여줄 요량으로

  담아두었던 쓰디쓴 주머니

 

  제 속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남의 허물 덮어 줄 줄 모르더니

  결국, 내 배에 구멍을 내어

  담을 헐고 쓴맛을 보았다

 

  담이 사라져

  문턱이 낮아져

  와신상담(臥薪嘗膽)할 일 없고

  쓸데없는 담력 보일 일도 없고

  오래 전, 서로의 담을 허물지 못한

  네가 떠났고

  이제는 담도 사라져

  넘볼 일도 없겠다

 

 *쓸개膽

 

 시집 『담을 헐다』(애지 2011) 중에서

 

 


 

조영심 시인

전북 전주에서 출생. 2007년 《애지》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담을 헐다』, 『소리의 정원』이 있음. 현재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