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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인 시인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에는 고양이들이 득실득실하다.
사자가 할퀸 상처를 드러내며 ㅡ원래 평화를 사랑하는 족속입니다. 불꽃을 피우고 추모비를 세우고 현장을 보존하는 전형적인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정작 마을을 지키다 죽어나간 쥐들은 아무 말이 없고 약은 고양이들이 보험금을 타먹고 있는 공원에는 멀리 물 건너온 온갖 동물들이 죽은 고양이를 추모하며 사진을 찍고 꽃다발을 놓는다. 밟혀 죽은 쥐였던 나는 고양이들이 갈기갈기 발라 놓은 사지가 마을 곳곳에 걸려있는 것을 본다. 여전히 쥐 마을에선 하얀 쥐 검은 쥐로 나뉘어 고양이를 그만 용서해주자고 다투고, 이따끔 옆 마을 큰 개가 불쑥 불쑥 나타나 짖는다. 이쪽 일에 무관심한 사자는 큰 개 앞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릴 뿐. 앙상한 원폭 돔* 지붕위에서 고양이들이 풀어놓은 까마귀 떼가 외친다. ㅡ과거는 잊고, 사다코의 슬픈 종이학은 잊지 마세요. 까마귀 고기를 주워 먹은 쥐들은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평화를 사랑하는 족속 앞에서 배후가 앙상해진 나는
공원 뒤에 숨어 웃고 있는 고양이들을, 혐오한다.
*나쓰메 소세끼의 단편소설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 유네스코 세계유산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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