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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찬 시인 / 상가(喪家)의 달
달에서 풀어져 내린 조각들이 빈 악보 속으로 잔잔히 스며드는 밤. 문지방이 닳도록 달은 저벅저벅 차오르고 젖은 향내를 피워 올리는 상가.
서너 명 문상객을 흘려놓고 여자가 밤새 바람을 퍼 나른다. 조등처럼 붉어진 비명들이 용머리를 넘고 배꽃이 톡톡 제 가지의 울음을 터트린다.
흰 구름으로 떠났던 사내는 안개의 그물망이 좁혀진 도로에서 뻣뻣한 부대자루로 돌아와 맨발은 싸늘히 죽은 달빛을 부풀린다.
하얗게 익어가는 달. 거죽에 마른버짐이 피고 몽유를 헤집고 다니는 문틈으로 삐져나온 시간들.
밀랍이 차갑게 마모되어 말려든 매듭이 풀리지 않는다. 하현이 슬어 있는 배꽃, 사르르 떨어진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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