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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은 시인 / 겨우, 살이
함석지붕으로 눈이 내린다. 마당에 언 국화꽃보다 먼저 지붕의 갈비뼈가 무너져 내린다.
겨우는 이때쯤 겨울이다. 우리는 행랑살이를 하고 미국에 사는 동생은 자꾸 귀국하고 싶어 한다. 변두리에서 동대문으로 출퇴근을 하다 보면 버스 안은 읽히지 않는 문자들로 가득하다.
겨우는 겨를이다. 산악을 떠도는 협궤열차처럼 대롱대롱 매달린 눈동자, 눈보라의 목소리가 짙다. 겨를에 얹혀사는 나는 오늘도 채집하러 다니는 약초꾼이다.
겨우는 엄마의 거위다.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다 뒤돌아 웃는 냅다 손을 뻗으면 힘겹게 우는 아슬아슬하게 기생하는 약속 같은 방언(方言)이다.
이를 드러내는 웃음도 일의 일부가 된
겨우, 그리고 아직 해가 아홉 시 방향으로 기울어가는 아침, 차들은 도망다니고 바람은 바짓가랑이에 걸려 있다. 하얀 와이셔츠 입은 사내가 계단에 앉아 건너편을 바라본다. 호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이 울린다.
셀카를 찍는다. 문 앞을 기웃거리는 낮달이 웃는다.
겨우는 숨이다. 쉼은 숨으로 목걸이를 한다. 그림자가 숨어드는 깊은 창문을 열고
살 속을 파고 들어가 달라붙는, 틈과 틈의 경계에서 사람들은 죽는다. 사는 일이 싹 없어져 겨울은 갈수록 길어지고
나무와 나무 아래 무거워진 녹색에서 연둣빛으로, 가벼워진 빨강이 쌓인 바닥, 눈사람이 된 눈송이가, 햇살이
나무 위의 작은 나무처럼 겨우 웃는 사람이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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