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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시인 / 내 귀에는 사이렌이 산다
짙은 선글라스의 응급차가 빽빽 소리를 지르며 내뺀다.
베틀에 앉은 큰어머니는 코 빠진 천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착착 소리를 내며 씨줄이 똑바로 서기를 하면 솜씨 좋은 날줄이 틈을 메운다. 촘촘해진 천은 다시 헤드라이트를 켠다.
전용도로에 늘 직립보행만 고집하는 호모사피엔스가 산다 금을 밟고도 살아나는 술래가 한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주파수를 놓친 딱정벌레들의 어지러운 교미가 현란하다. 절정의 성곽은 높고 견고해서 성의 진입을 멈추고 우리가 기다리던 전율은 길바닥에 방전됐다.
내 귀에 응급차가 달린다. 할 말이 남은 우리 사이가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허물어진 음성사서함처럼 사이렌을 울렸다. 어긋남은 바짓가랑이를 내리고 항문에 힘을 주는 순간 태어났다고 보는 것이 과연 정설일까.
큰어머니의 베틀에는 그녀를 대신한 먼지가 앉아 기울어진 시간을 세워 짜깁기하고 내 귀에 불법체류 한 응급차는 아직도 살얼음판을 지나는 중이다. 기적처럼 갈라진 계곡 사이로 빼액빼액빼액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 사이렌이 지나간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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