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주 시인 / 환절
지하철 의자가 졸고 있다.
흔들리는 고단한 고개 어깨에 마음자리 기대어 꽃봉오리 잠깐 얹었으니 꽃들의 미로다.
금방 때가 타는 분홍빛 속으로 사막 더위가 덜컹거려 평생 없을 것 같은 오른손 잘린 이별이 몇 번 지나간다. 열여덟에 종이 인형을 스케치하고 불혹 바람이 때늦은 종이인형과 뜨거워 저녁은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
뒷걸음질 친 유년이 감정 안쪽으로 목을 키워 놓는다.
간절한 것은 동화 속 왕자처럼 느린 속도로 기어와 뼈 시리게 흰 밤을 그냥 내버려 둔다. 곁에 붙어 있는 내 것, 아닌 누구의 것. 가랑비를 방치한 한쪽이 젖는 줄 모르고 낡아가는 발이 꿈에 빠진다.
지구 바깥을 캐비닛에 넣어둔 가을이 때아닌 봄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진은영 시인 / 죽은 마술사 외 1편 (0) | 2019.07.03 |
|---|---|
| 허수경 시인 / 저녁의 미래 (0) | 2019.07.03 |
| 오태환 시인 / 뿔·4 외 1편 (0) | 2019.07.02 |
| 임동확 시인 / 희망사진관 외 1편 (0) | 2019.07.02 |
| 김현신 시인 / 플랫이 있는 창 외 1편 (0) | 2019.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