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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양현주 시인 / 환절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3.

양현주 시인 / 환절

 

 

지하철 의자가 졸고 있다.

 

흔들리는 고단한 고개

어깨에 마음자리 기대어 꽃봉오리 잠깐 얹었으니

꽃들의 미로다.

 

금방 때가 타는 분홍빛 속으로

사막 더위가 덜컹거려

평생 없을 것 같은 오른손 잘린 이별이 몇 번 지나간다.

열여덟에 종이 인형을 스케치하고 불혹 바람이 때늦은 종이인형과 뜨거워

저녁은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

 

뒷걸음질 친 유년이 감정 안쪽으로 목을 키워 놓는다.

 

간절한 것은 동화 속 왕자처럼 느린 속도로 기어와

뼈 시리게 흰 밤을 그냥 내버려 둔다.

곁에 붙어 있는 내 것, 아닌 누구의 것.

가랑비를 방치한 한쪽이 젖는 줄 모르고 낡아가는 발이 꿈에 빠진다.

 

지구 바깥을 캐비닛에 넣어둔

가을이 때아닌 봄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1월호 발표

 

 


 

양현주 시인

충북 괴산에서 출생. 2014년 계간 『시산맥』 시 부문 신인문학상 등단. 시집으로 『구름왕조실록』이 있음. 2003년 평화 주제 문학작품공모 입상. 2004년 월간 스토리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