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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허수경 시인 / 저녁의 미래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3.

허수경 시인 / 저녁의 미래

 

 

밤에 장미가 지는 것을 보고

아름다운 편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공간.

저녁의 미래, 지구의 밤.

편지에는 시계가 없었지.

별 같아서

언제나 과거에서 오는 별빛이어서

과거 없이 미래만 반복되는 지구여.

그러길래 편지를 쓰던 우주의 빛이

이젠 내 과거가 되어

무한히 반복되는 저녁의 미래,

장미가 지는 공간 안에서 편지를 쓸 수도 있었다.

어쩌면 저 별은

우주에서 이미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르지만

와 다오 와 다오 과거인 별들이여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링거병을 주렁주렁 달고서라도

별들이여 먼 과거의 미래를

네 눈 속에 안약처럼 날 넣어 다오.

 

 


 

허수경[1964 ~ 2018. 10. 3]시인

1964년 경남 진주에서 출생.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7년 《실천문학》복간호에 시가 실리면서 등단. 시집으로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등과 수필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그리고 번역서 『끝없는 이야기』가 있음. 2​001년 동서문학상, 2016년 전숙희문학상과 '제15회 이육사문학상' 수상.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 2018년 지병이던 간암으로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