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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춘 시인 / 나의 신, 타나토스
바람이 지나간 길, 언어가 지나간 길, 사막으로 숨어든 길,
징기스칸이 돌아가고 어머니가 돌아가고 바람이 돌아가고 산이 돌아가고 산은 어둠이 되고 어둠은 붉다. 어둠을 닮은 붉은 유서를 쓴다. 유서가 이렇게 쉬울 수 있을까. 유서는 빨라야 한다 짧아야 한다. 지금 이 글은 너무 길다. 미련인가 가상인가 발 묶인 밤, 어둠이 밝은 밤, 미련은 사랑, 자식, 인생, 그리고 또 그 무엇?…
고승들이 생각난다. 적멸도량의 세계로 들기 위해 애초부터 속세와의 인연을 끊는 게 아니던가 싯다르타도 그랬고 법정도 그랬다. 혈육과의 인연, 그 인연 끊기 위해 뼈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으며… 어느 스님은 버스 속에서 우연히 제 어머니를 보고도 못 본 척 도망치듯 숨어서 버스에서 내렸다 하고… 그날 밤 붉은 인연의 심장 끊어 내려고 솔가지 흔들리는 달빛 바위에 홀로 앉아 통곡하다 통곡하다 혼절하여 바위에서 굴어 떨어졌다지?
나는 왜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이제 그만 문 닫자. 언어의 문을, 발톱의 문을, 지상의 문을, 몸의 문을, 아무것도 없는 空의 문을, 이 지상은 먼지와 먼지가 된 내 몸과 별과 달과 유성이 저 광활한 안개 속으로 소리없이 사라질 것이다. 저 우주의 광활한 문 안으로
계간 『시와 소금』 2016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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