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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 시인 / 건반이 궁금해지는 저녁
웅성거리는 건반이 사이좋게 꼭꼭 들어찬 동네, 차가워진 겨울 저녁을 따스히 두드리는 건반들이 저녁을 먹는다 밤이면 모두 서로의 기슭이 되어 서로의 창이 되어 뚫려있는 가슴을 채우는 곳
옆집 코끼리가 끓다가 바리톤 솔로음을 달고 창문을 넘어 포르테로 날아온다 앞집에서 불고기가 보글 합창을 부르며 현관을 콰트로로 넘어 온다 우리 엄마, 미역국을 끓이다가 골목에 저음의 수다로 앨토솔로음을 낸다
고양이가 옥상 놀이터에서 북북 긁는 건 벌써 저녁식사를 끝내고 냄새를 지우는 중 그 아침에 내건 나의 검은 건반은 음계를 잃고 골목에서 애들과 놀다가 오색창연한 색깔을 입고 울었지
머릿속이 온통 껌인 원숭이가 골목에 들어서면 울음을 그치고 2층 계단을 뛰어 올라 양손으로 현란하게 심장 음계를 두드렸어 골목에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 하루를 건반 속에 삼키고
들키지 마라 자동으로 연주되는 음악이 소프라노로 어디 눌릴까 몸을 웅크리고 조용히 조용히 입에 손을 대고 눈을 연신 깜빡거린다 옆집 원숭이가 저녁을 먹는 시간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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